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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3 ( Mon )
사내칼럼
'불편러'의 순기능

기사입력 2017-09-29 14:54

불편러란 말이 있다. 이런 저런 일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것으로 최근에는 불편러를 넘어 '프로 불편러'라는 말까지 나왔다. 세상이 점점 복잡해 지고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알릴 수 있다 보니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그만큼 커졌다.

한국에서 현대판 신문고로 활용되는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최근 두 가지 이슈가 화제가 되고 있다. 하나는 '여성 군대 징병'에 관한 것이 그것이요 다른 하나는 바로 '여성이 결혼 뒤 불러야하는 호칭을 개선하자'는 청원이다.

두번째 청원은 추석명절을 앞두고 남편의 집(시가)구성원에게만 존칭을 붙여야 하는 관행을 지적하는 가운데 나왔다. 내용은 이렇다. 여성이 시가 식구를 부를때 남편의 형은 아주버님 남동생은 서방님 그리고 미혼 남동생은 도련님, 누나는 형님, 그리고 여동생은 아가씨라고 존대의 의미를 담아 부르는데 남성은 처가 식구를 형님, 처형, 처남, 그리고 처제 등 존대 의미가 없는 말로 부른다는 것이다. 실제 아가씨와 도련님이란 말이 에전 과거 종이 상전을 높여 부르던 호칭인 것과 오빠의 아내인 올케가 오라비의 겨집(계집)을 부르는 말에서 나왔다는 국어학자들의 지적을 보면 남모르게 자리잡고 있던 여필종부 문화의 잔재라는 지적이 옳다.

개인적으로 불편러의 범람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만 이번 지적은 불편러께서 옳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변한 만큼 서로 나이에 따라 그리고 관계에 따라 적당한 예의만 지키면 되지 호칭 자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내 아내도 누나에게 형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그냥 '언니'라고만 하는데 아무 문제 없이 잘만 지낸다. 처남의 경우 원래 친구다 보니 부모님 등 어르신이 없는 자리에서는 그냥 이름 혹은 '야'라고 부르는데 그렇다고 예의를 지키지 않은 적은 없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세상을 바꿔온 것은 바로 불편러다. 불편을 말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 문제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는 것이다. 불편러는 문제를 개선시킬 수 있다는 점과 그간 다수의 억압에 불편해오던 소수자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다.

물론 불편러가 나쁜 방향으로 돌연변이화한다면 문제가 있다. 얼마전의 일이다. 여러명이 한데 모여 식당에 들어갔다. 특정 음식 전문점이 아니었고 메뉴도 각자 원하는 것을 주문해 먹는 자리였는데 공교롭게도 대부분이 '매운' 음식을 시키게 됐다. 그런데 일행 중 한명이 갑자기 "왜 매운 음식을 다 시켜"라며 "난 매운 음식이 싫은데 다 주문하면 나만 이상하잖아"고 볼맨 목소리를 냈다. 아무도 매운 음식을 시키라고 하지도 않았고 맵지 않은 음식을 시킨다고 뭐라고 하지도 않았다. 이 사람 하나 때문에 밥맛이 싹 가셨다. 이런 것이 나쁜 의미의 프로 불편러다.

불편에 대한 지적은 좋다. 단 지적을 하기 전에 여러번 생각해 보고 과연 이것이 일리가 있는 것인지, 혹은 자기만의 이기적인 시각이 아닌지, 누구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닌지 정도는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아 그리고 마지막, 아 다르고 어 다르단 말이 있다. 불편을 호소해 이를 개선시키는 것의 성공여부는 화술에 상당부분이 달려있다. 말만 요령껏 하면 서로 얼굴 붉히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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