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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9 ( Th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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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도서정가제를 기다린다

출판일: 2013-01-28

기사입력 2013-01-28 13:24

온갖 혜택으로 도서정가제 파괴

일부 온라인서점 독과점 체제...출판 다양성 훼손 심각

완전한 정가제는 결국 독자에게 이익



먼저 전제할 게 있다. 요즘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도서정가제는 미주 한인과 별 상관이 없다. 한국에서 도서는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이지만 미국에선 세일즈 택스의 면세 대상이 아닌 것과 비슷한 원리다. 도서정가제는 한국의 법일 뿐 미국에서 법적용을 받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아주 상관이 없지는 않다는 것이 이 글의 결론이다.

먼저 도서정가제에 대해서 간단하게 말하면 정부가 도서의 할인폭을 법으로 제한하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2003년에 제정한 도서정가제는 '발행 1년 이내 신간도서의 정가판매 의무화'를 '1년 이상 구간도서의 할인율 자율책정'등을 골자로 하였지만 마일리지와 경품혜택을 할인율 산정에서 제외하여 거의 유명무실해졌다. 특히 대형 온라인 서점들은 신간 10%의 제한을 비켜가는 온갖 방법, 이를테면 마일리지나 다른 혜택을 부여하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도서정가제를 비껴갔다. 그 결과 전국의 서점 수는 사업자 계약에 의해 도서정가제가 지켜지던 1990년대 중반과 비교해 70%나 줄었다. 한마디로 도서유통시장의 생태계는 파괴되고 몇몇 온라인 서점이 시장을 과점하는 상태로 치달아온 것이다. 이렇게 되면 출판사의 목소리는 작아지고 유통이 쥐고 흔드는 시장이 되어버려 출판의 다양성이 훼손될 수 밖에 없다.

소비자들은 완전한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할인된 상품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는 점에서 큰 불만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가격을 할인해서 사는 것 같지만 할인을 하면 한만큼 정가가 더 올라간다는 사실은 알기 힘든 구조라는데 문제가 있다. 아래는 출판사에서 일하는 분의 생생한 증언이다.

"나는 도서정가제를 피해 갈 수 있는 어학서와 실용서를 많이 만들었는데, 중쇄를 할 때 정가를 올리라는 압박을 대표와 영업자에게서 매번 받았다. 할인 때문에 안 남는다고. 쇄가 바뀌면 정가를 올렸다. 천원 정도는 슬그머니. 팍 올리는 건 '(완전?)개정판'이라는 형태로 올렸다. 신간은 처음부터 할인이 들어간다고 치고 정가를 비싸게 잡는다.그래서 파격 할인이 결국 책값의 인상을 불러왔다는 증거는 제시할 수 있다. 그 끝장판이 1만6,000원짜리 책을 개정판 내면서 2만2,000원으로 올린 것인데, 22,000원에서 30% 할인해봤자 1만5,400원이다. 전의 1만6,000원에서 10% 할인한 것보다도 비싸다. 결국 독자는 할인 받는 것 같지만, 전보다 더 비싸게 주고 사는 것이다."

할인폭은 컸지만 출판사에서 할인폭을 만회하는 방법으로 정가를 꾸준히 올려 고객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거의 없다. 그러나 미주한인은 이 올라간 정가로 인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미국의 한인서적 유통은 한국의 정가를 기준으로 공급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한국에서 정가가 올라가니 책가격이 꾸준히 올라가 갑자기 몇년새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엉터리 도서정가제의 피해를 미주 한인들이 고스란히 본 셈이다.

어떤 분들은 도서도 자본주의 하의 하나의 상품일 뿐인데 정부가 나서서 가격 할인폭을 제한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한다. 그러나 도서는 다른 상품과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이런 질문을 해보자. 왜 국가는 시민의 세금을 거둬들여 도서관을 짓고 책을 공짜로 빌려주는가? 책이 다른 상품과 똑같다면 우리가 살면서 필요한 여러가지 편의품들도 정부가 시민들에게 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예를 들어 정부에게 차를 무료로 렌트해달라고 하거나 가전제품을 무료로 렌트해달라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벤 버냉키와 함께 경제학 교과서를 쓴 로버트 프랭크는 그의 책 <이코노믹 씽킹>에서 책을 읽는 것은 개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읽는 것이기도 하지만 사회전체적으로도 편익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히고 있다. 즉 교양있는 시민은 사회에 기여함으로써 다른 시민들에게 편익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개인은 책을 읽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할 때 사회적인 편익은 무시한 채 자신의 개인적인 편익에만 초점을 맞추는데, 이를 자연스럽게 해결하기 위해서 책을 무료로 제공함으로써 독서를더욱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고 사람들을 공공도서관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유통망을 장악한 인터넷 서점이 자신의 이득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출판사에 할인율만큼 부담을 떠안기는 지금의 방식은 결과적으로 책 가격에 더 많은 거품을 만들 수밖에 없다"라는 어떤 블로거의 지적대로 현재의 형식적인 도서정가제는 완전한 도서정가제 즉, 신간 구간 전체에 할인폭이 제한되고 어떠한 마일리지나 기타 꼼수로 무력화되지 않는 제도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 국민에게 이득이고, 미주 한인에게도 이득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형열
이형열/반디북U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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